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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1878767 811.15 -13-1131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일상에서 길어 올리는 인식과 성찰의 힘

천양희 시인이 한국대표명시선100의 하나로 자신의 대표시 50편을 가려 묶었다. 고통과 상처의 삶을 지나 일상에서 인식과 성찰의 우물을 길어 올리며 하나하나 눌러 쓴 시들이 모여 시인의 아픈 내부를 환하게 밝히고 있다. 시인은 그 힘으로 자신을 고양시키고 독자들의 아픈 가슴과 한량없이 만난다. 그녀에게 ‘쓴다는 것이 사는 것’이라면 그녀를 읽는 것은 우리도 어느 한 순간을 문득 사는 것일 수도 있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1
단추를 채우면서
직소포에 들다
마음의 수수밭
.
.
.
2
진실로 좋다
불멸의 명작
바다시인의 고백
.
.
.
3
새에 대한 생각
나의 처소
그자는 시인이다.
.
.
.
4
그믐달
터미널 간다
그 사람의 손을 보면
.
.
.
5
마음의 달
물결무늬고둥
뒤편
.
.
.
?마음의 수수밭


마음이 또 수수밭을 지난다. 머위 잎 몇 장 더 얹어 뒤란
으로 간다. 저녁만큼 저문 것이 여기 또 있다.
개밥바라기별이
내 눈보다 먼저 땅을 들여다본다
세상을 내려놓고는 길 한쪽도 볼 수 없다
논둑길 너머 길 끝에는 보리밭이 있고
보릿고개를 넘은 세월이 있다
바람은 자꾸 등짝을 때리고, 절골의
그림자는 암처럼 깊다. 나는
몇 번 머리를 흔들고 산 속의 산,
산 위의 산을 본다. 산은 올려다보아야
한다는 걸 이제야 알았다. 저기 저
하늘의 자리는 싱싱하게 푸르다.
푸른 것들이 어깨를 툭 친다. 올라가라고
그래야 한다고. 나를 부추기는 솔바람 속에서
내 막막함도 올라간다. 번쩍 제정신이 든다
정신이 들 때마다 우짖는 내 속의 목탁새들
나를 깨운다. 이 세상에 없는 길을
만들 수가 없다. 산 옆구리를 끼고
절벽을 오르니, 천불산千佛山이
몸속에 들어와 앉는다.
내 맘속 수수밭이 환해진다.
어제

내가 좋아하는 여울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왜가리에게 넘겨주고
내가 좋아하는 바람을
나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새에게 넘겨주고

나는 무엇인가
놓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손바닥을 들여다본다.

너가 좋아하는 노을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구름에게 넘겨주고
너가 좋아하는 들판을
너보다 더 좋아하는 바람에게 넘겨주고

너는 어디엔가
두고 온 것이 있는 것만 같아
자꾸 뒤를 돌아다본다

어디쯤에서 우린 돌아오지 않으려나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