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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1부하느님의우울
하느님의우울_10
무명無明_12
신기루_14
증언_17
기념비_20
무궁화환상_22
가야금환상_24
비오는양수리兩水里_26
백지도白地圖_28
물소리_30
눈물바다_32

제2부레퀴엠
태양의뜰ㆍ4월_36
뜰_39
연鳶_40
사후死後_42
녹내장_44
시인의죄_46
저녁놀_48
부재不在_50
여백_52
영원_54

제3부어머니의땅
겨울날_58
봄_60
봄무_62
배나무_64
풀뽑기_66
은총_68
어머니의땅_69
풀의영[草靈]일지─미환未還_72

제4부하늘은아무것도……
사루사라_88
파랑새_91
그날도……_94
해변에서_98
대지大地_102
초원에_104
피에타Piet?_106
작은소원_108
수요일_110
이삭Issac_111
오늘의하늘_112
배[舟]_114
거룩한환상의기록[聖幻記]_116
하늘은아무것도……_118

제5부신新시편詩篇
3월의뜰_122
봄의트릴_124
무비無比_126
추억_128
아침구름_129
봄날의우수憂愁_130
일요일_131
나무[木]라는것_132
산비둘기_135
종달새,까지_139

〈시인의말〉
하늘아래에서─한국어역시집『피에타Piet?』에부쳐_142

〈해설〉천ㆍ지ㆍ인을아우르는깊은눈빛─위로의시학
─혼다히사시本多壽의시세계|권택명_14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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피에타 = Pietà : 혼다 히사시 시집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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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죽음의 경험에서 파생된 피할 수 없는 고독과 슬픔
일본의 대표적인 시인이자 현대 자유시의 상징적인 시인
혼다 히사시의 대표 시선집

1. 견고한 이미지와 언어미학, 주지적 서정시의 향취


혼다 히사시는, 전통 정형 시가인 ‘하이쿠’나 ‘단카’에 밀려 독자들로부터 유리된 채 서점의 한 구석 좁은 공간을 겨우 차지하며 일본 현대 자유시의 위의를 그나마 지탱하고 있는 일본 현대 자유시의 상징적인 시인이다.
혼다 히사시는 그간 여러 차례 한국을 방문하였으며 제주도 ‘사색의 정원’에는 그의 시비가 건립되어 있다. 일본의 권위 있는 '일본 현대시인회'상을 수상했고,《시인세계》 등 한국시단의 전문 시잡지에 자주 그의 시가 특집으로 게재되어서 우리 시인들 사이에는 이미 많이 알려져 있다. 김남조.김광림 등 한국의 원로시인들과도 두터운 교분을 쌓아왔다. 1947년 일본 큐슈의 미야자키 현에서 출생한 그는 스물여섯 살부터 시를 쓰기 시작하였다. 시집으로『피뢰침』,『말-진혼제』,『성몽담』,『과수원』,『불의 관』,『재와 불과 수목과 그림자와』등이 있으며 평론집으로『시에서 시로』등이 있다. 1991년 제1회 이토 시즈오상賞, 1992년 제42회 H씨상賞, 1993년 제47회 마이니치 출판문화상 특별상을 수상했다.
혼다 히사시의 시는 매우 서정적이면서도 동시에 존재론적이고 철학적인 깊이가 있다. 그가 뿌리 내리고 있는 시의 세계는 크게 요약한다면 삶과 죽음, 그리고 사랑(아가페와 에로스를 아우르는)이다.
혼다 히사시 시인의 두 번째 한국어 번역 시집인『피에타─Pieta』는, 독특한 철학적 슬픔을 기조로 제목 자체가 시집의 총체적 내용을 함축하고 있는데, 작자의 시 세계와 시적 지향점을 아우른다. 먼저 이 이시집의 표제작인「피에타─Pieta」를 살펴보자.

오늘, 쓸쓸함은 쓰라리고/ 밝고, 푸르게/ 빛나는 소금 같다// 네 안에 있는 숲의 거처/ 너를 생각하며 눈을 감고 있지만/ 끝내, 네가 보이지 않는다// 젖은 모래 같은 눈 안쪽에/ 너를 불러내려 해도/ 끝내, 너는 나타나지 않는다// 나를 둘러싸는 나무들/ 우물거리는 꿩과 비둘기의 울음 소리/ 나가 버린 후 돌아오지 않는 고양이/ 탁류에 삼키어 버린 산기슭의 마을/ 한 없이 늘어가는 죽은 자의 숫자// 오늘, 슬픔은 깊고/ 끝없이, 높으며/ 넓은 하늘 같다// 마른 바람에 부쳐 보내고 싶은/ 한 개의 푸른 과일/ 하지만, 네 있는 곳을 모른다/ 네 발 밑의 작은 산골짜기에서/ 너를 쳐다보며 눈을 크게 뜨고 있지만/ 네 시초가 보이지 않는다
─「피에타─Pieta」 전문

시인의 아홉 번째 개인 시집인 『풀의 영[草靈]』에 수록되어 있는 작품이다. ‘나를 둘러싸는 나무들’로 시작되는 5연을 중심으로, 1~3연과 6~8연이 대칭을 이루고 있다. ‘쓸쓸함은 쓰라리고’, ‘슬픔은 깊다’고 각 대구對句의 첫 머리부터 ‘쓸쓸함’과 ‘슬픔’을 직설적으로 거론하고, ‘보이지 않는다’, ‘나타나지 않는다’, ‘돌아오지 않는’, ‘삼키어 버린’, ‘모른다’, ‘보이지 않는다’는 부정적인 서술어들이 작품 전체의 분위기를 주도하며, 고통과 슬픔(비애)의 정도를 중층적으로 심화시키고 있다.
이와 같은 고통과 슬픔의 밑바닥에는 인간의 근원적 제약인 죽음이 있고, 그 죽음으로부터 파생되는, 피할 수 없는 고독(쓸쓸함)이 배경으로 깔려 있다. 40여 년에 걸친 혼다 히사시 시인의 세계 인식과 시업詩業을 관류하는 중요한 한 축으로서의 죽음과 상실, 그리고 이보다 앞서는 본원적 부재와 비재非在* 또는 무無와 연관되어 있는 원형적 심상心象들을 잘 보여 주고 있는 것이다.
죽음 또는 이와 연관되는 상실이나 이별, 소멸은 인간의 태생적인 한계이고, 이에 대한 인식은 모든 예술과 철학의 근원을 이루는 것이다. 다만 혼다 히사시 시인의 경우, 스무 살 무렵 원인불명의 질병으로 하반신 불수가 되어, 오랫동안 죽음의 문턱에 가까이 한 그의 체험과 연관된 구체적인 자각에 기인하고 있다. 따라서 그의 작품에 드러나는 죽음의 이미지는 관념이 아닌 경험적 실체라고 할 수 있으며, 그의 쓸쓸함이나 슬픔은 보다 내재적이고 근원적인 통찰에 연유하고 있음을 알 수 있다.

2. 죽음과 상실, 그리고 소멸에 대하여

시인의 비애는 무엇보다 되풀이 언급되고 있는 ‘너’의 부재이며 상실에 연유되는 것이다. 이 시에서도 그렇지만 그의 시에 자주 등장하는 2인칭 대명사 너는 구체적인 대상을 지칭하지 않을 때가 많다. 부재나 비재가 구체적이고 실재하는 타자[他者: 너]인 경우도 있지만, 화자[話者: 시인 자신]를 포함한 모든 존재를 상대로 하고 있기 때문이다. 경우에 따라서는 시인 자신 또는 자신의 원초적인 자아일 수도 있다.
이는 바로 인간의 근원적 삶의 인식과 연결되는 것이며, 혼다 시가 지닌 철학적 사유와 미학의 한 근저를 이루는 것이기도 하다.
총 53편이 수록된 이번 시집의 절반 가량인 25편의 작품에서 죽음 또는 죽음과 연계된 시어들이 등장할 정도로, 죽음과 상실, 소멸이 혼다 시의 중요한 본원적 심상의 한 축이기는 하지만, 그것이 비애나 어둡고 절망적인 것으로만 나타나지 않는 점에, 이 시인이 지닌 존재와 세계 인식의 건강성이 있다. 혼다 히사시 시인이 죽음과 상실을 표현하는 것은, 궁극적으로는 그를 통해 그 대척對蹠 또는 이웃해 있는 삶과 생명을 역으로 드러내기 위한 것이다. ‘빛이 고여 있다’는 말로 끝을 맺고 있는「거룩한 환상의 기록[聖幻記]」을 비롯하여, 여러 작품들 속에 군데군데 보석처럼 박혀 있는 ‘빛’이라는 언어와 그에 연관되는 이미지들이 균형을 잡아 주고 있는 데서도 알 수 있다.
이 시에서만 보면 쓸쓸함을 ‘밝고, 푸르게/ 빛나는 소금’이라고 비유한 것이나, ‘마른 바람에 부쳐 보내고 싶은/ 한 개의 푸른 과일’ 같은 표현이 그렇고, 특히 이 시집의 제3부 「어머니의 땅」에 실린 작품들이 대체로 그러하다. 생명외경과 생사합일의 경지를 보여 주는 「배나무」를 비롯하여, 생명 순환의 모습을 표현한「풀 뽑기」와 「어머니의 땅」 같은 작품들에서 분명하게 드러나고 있다. 죽음과 비애의 상황에서도 시인은 결코 공감자共感者 또는 위로자로서 감당해야 할 소명을 잊지 않고, 생명을 상기시키는 모습이 나타나 있는 것이다.  

모래 범벅이 되어/ 하늘을 보고 누운 채 숨진 소년병 위에/ 희미하게 초연硝煙이 흐른다// 지뢰가 묻힌 대지를 뒤로/ 보이지 않는 대낮의 은하를 마주하는 죽음을/ 하늘이 조문한다,/ 바람이 조문한다// 오늘, 시체 위를/ 또다시 전차가 지나가고/ 그 뒤에 여전히 시체가 남는다// 그리고 소년병의 동생이/ 형이 남긴 총을 들고/ 전장으로 나간다/ 살육의 무한 연쇄/ 인간이라는 흉기/ 신의 이름을 빌린 정의// 그래도/ 인간이 신을 필요로 하듯이/ 신도 또한 인간을 필요로 하고 있을까 ─『무명無明』 부분
 
「피에타─Pieta」에 나타나는 죽음과 연관된 비애가 개인적이고 내포적 차원으로 수렴되는 것이라고 한다면, 위에 인용한 시 「무명」에서는 시인의 죽음에 대한 시각과 공간이 사회성을 띤 외연적인 영역으로 확장되어 있다.

3. 언어 미학 속에 녹아 있는 지적으로 통제된 서정 그리고 견고한 이미지

이번 시집은, 시인의 첫 한국어역 시집과 비교할 때, 위에서 언급한 것처럼 본질적으로 계승되고 있는 것이 있음에도 불구하고, 전반적으로는 여러 면에서 대비되고 있다. 첫 시집이 ‘불’의 이미지였다면 이번 시집은 ‘물’의 이미지가 강하다. 계절 감각을 표현한 다수 작품들이 변함없이 주지적 서정의 맥을 잇고 있기는 하지만, 대체적으로 첫 시집이 작품 제목에서부더「말[馬]·진혼제」, 「불의 관[柩]」 등 역동적이고 장대하며 신화적인 세계가 두드러졌다면, 이번 시집은 ‘산비둘기’, ‘파랑새’ 등의 작은 동물들과, ‘물소리’ 등 물의 이미지가 두드러져 보인다.

시의 길이도 대체로 짧아지고, 시어들도 눈에 뜨이던 사변적인 관념어 대신 구체적인 사물을 더욱 견고한 이미지로 표현하는 작품들이 대부분이다. 일차적으로는 끊임없이 시의 그릇에 담아야 할 내용과 정치精緻한 시적 방법론에 대해 부단한 모색과 변화를 추구해 온 시인의 시작 태도와 관계가 있을 것이다. 거기다 자연적인 연조와도 연계되어, 전반적으로 어조가 차분하고 관조적이며, 세상과 자아와 사물을 바라보는 시각이 한층 넓고 깊어졌음을 느끼게 한다. 깊은 우물에 가득 고인 청량한 샘물 같은 느낌을 주고 있다. 가령 다음과 같은 작품을 보기로 한다.

각각의 높이에서/ 하늘에 닿고 있는 나무들의 우듬지// 나는 느티나무 그림자 속에 있어/ 모습이 없는 작은 새의 지저귐을 듣고 있다// 환청인지도 모르지만/ 그 진위眞僞를 묻는 것은 무의미하다// 죽음, 말할 수 없는 것에는 굳게 입을 다물고/ 당신이 없는 뜰에 아네모네의 구근球根을 심는다// 꽃을 지탱하지 못하는 완두콩 줄기에는/ 대나무를 베어 부목副木을 대주자// 갈라진 창고의 벽을 보수하고/ 처마 밑에 어지럽게 흩어져 있는 낙엽을 치우자// 그 다음, 푸른 여백에/ 당신의 만년필을 두자// 내일은 황금색 펜촉에서/ 작은 새의 지저귐이 잉크처럼 떨어지리라// 틀림없이 ─「여백餘白」 전문

혼다 히사시 시의 본령이라고도 할 수 있는, 지적으로 통제된 서정이 견고한 이미지와 언어 미학 속에 녹아 있다. 하늘, 나무, 우듬지, 작은 새, 아네모네, 구근, 꽃, 완두콩, 줄기, 대나무, 부목, 창고, 벽, 처마 밑, 낙엽, 만년필, 펜촉, 잉크 등의 사물 언어들이, 지저귐, 환청, 진위, 여백, 보수, 내일, 황금색 등의 명사들과 어울려 군더더기 없는 산뜻한 명품처럼 제시되고 있다. 추상적인 ‘여백’이 구체적·즉물적인 언어들과 어울려 깊이와 감동을 증폭시키고 있는 것이다. ‘말[馬]’을 타고 숨 가쁘게 질주해 가던 시인의 사물과 세계 인식에, ‘여백’이 평화처럼 고여 있는 것이 보인다.
이 작품은 ‘제2부 레퀴엠’에 실린 「부재不在」, 「영원」과 동일한 선상에 있는 것이며, 제3부에서 제5부에까지 이어지는 새로운 서정의 계열이다. 앞에서 언급한 대로 부재 또는 비재가 혼다 히사시 시의 핵이라고 한다면, 일견 어렵지 않게 읽히는 이 서정 역시 그 배경에 그림자와 같은 그늘을 복선으로 깔고 있는 것이어서, 어천정심語淺情深의 탁월한 기법으로 무장된 견고한 시적 성취이기도 한 것이다.
일본의 문학평론가 스즈키 히사오는 “혼다 히사시는 현대를 살면서도 장대한 신화적 세계를 시적 정신에 안고 있는 시인이다. 그의 시행에는 하늘로부터 내려오는 번개에 대한 두려움과 떨림이 관철되고 있다. 또 신이나 하늘로부터 끊임없이 시험받는 생명을 부여받고 살아야하는 고뇌와 기쁨을 안고 살아가지 않을 수 없는, 숙명적인 존재의 위기의식이 있다. 그런 의미에서 그는 인간 존재의 위기를 계속 질문하는 시인이라고 할 수 있다.”고 말한다.
일본 시인 미에노 후미아키는, 혼다 히사시 시인의 작품론에서, “시란 현존sein하지 않는 것에 대한 동경이다”라는 시인 하기와라 사쿠타로萩原朔太郞의 말을 들어, “현실에서는 볼 수도 소유할 수도 없는, 꿈꿀 수밖에 없는 것을 언어로써 볼 수 있게 하고, 소유할 수 있게 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다”라는 시인의 말을 인용하면서, 혼다 히사시 시의 핵核을 ‘비재非在’라고 언급하고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