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셰익스피어, 뉴턴, 피츠제럴드 등 우리 시대의 문장가 고종석에게 깊은 인상을 남긴 영어 명문장 63편을 읽고 필사하다
인문학적 지식과 아름다운 문장으로 많은 독자들의 사랑을 받아온 고종석이 인문학 에세이부터 자연과학 서적, 소설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고전에서 가려 뽑은 63편의 영어 명문장을 한 권의 책 속에 담았다. 인류 역사에 족적을 남긴 지성들의 인문학적 성찰과 아포리즘, 수준 높은 문학적 성취를 담고 있는 문장들을 영어와 한국어로 필사해봄으로써 문장들이 담고 있는 의미를 이중으로 사유하고 음미해볼 수 있는 책이다. 여기에 단편적인 문장만으로 파악하기 힘든 지성들의 사유와, 시대적 의미, 문학적 의의 등에 대해 저자가 짧은 해설을 덧붙여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필독, 필사》는 필사가 주는 ‘치유’의 감정과 손끝으로 전해지는 글쓰기의 ‘재미’를 놓치지 않으면서 사유의 폭까지 넓히고자 하는 독자들에게 맞춤인 책이다. 길지 않은 글들이지만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문장 앞에서 필사를 위한 빈 여백은 글자뿐만 아니라 생각이 머물고 익는 사유의 밭이 될 것이다.
한 자 한 자 손끝으로 느끼며 완성하는 다섯 개의 특별한 노트
이 책은 다섯 개의 노트(장)로 이루어져 있다. 첫 번째 노트 ‘모두가 행복해지기 전에는 아무도 완전히 행복할 수 없다’에서는 조지 버클리의 《시리스》부터 버지니아 울프의 《자기만의 방》까지 사회, 정치 분야의 명저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모았다. 오랫동안 기자 생활을 해오며 날카로운 현실 감각을 벼린 저자가 선택한 글들인 만큼 많은 생각거리를 던져주는 문장들이다. 두 번째 노트 ‘세상의 지식은 세상 속에서만 얻을 수 있다’에서는 생텍쥐페리의 《인간의 대지》부터 성경까지 삶의 진실을 아포리즘으로 포착한 문장들을 모았다. 모두 인간과 삶에 대한 깊은 통찰이 빛나는 명문들이다. 세 번째 노트 ‘발화가 없는 곳에는 참도 거짓도 없다’에서는 뉴턴, 데카르트 등 뛰어난 학문적 업적을 남긴 학자들의 책에서 발췌한 문장들을 모았다. 뉴턴과 클로드 베르나르같이 평소에 쉽게 접하기 힘든, 과학적 능력뿐 아니라 인문학적 소양까지 ‘탑재’한 과학자들의 글을 만날 수 있다. 네 번째 노트 ‘유령 하나가 유럽을 떠돌고 있다’에서는 마르크스와 엥겔스, 링컨 등이 남긴 뛰어난 선언문, 연설문에서 발췌한 문장들로 구성했다. 내용의 옳고 그름을 떠나 수많은 사람들의 가슴을 뛰게 한 문장들이다. 다섯 번째 노트 ‘우리는 끊임없이 과거로 밀려가며 앞으로 나아간다’에서는 단테부터 피츠제럴드까지 위대한 작가들의 대표 작품 속 문장들을 발췌했다. 《안나 카레니나》의 첫 문장, “행복한 가정은 모두가 비슷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정은 다 제각각으로 불행하다”처럼 누구나 한번쯤 들어봤을 법한 인상적인 소설 속 문장들을 모았다.
울림과 여운을 주는 문장, 읽고 쓰고 외워서 내 몸의 일부로 만들기
《필독, 필사》에 실린 문장들은 읽고 쓰기만 해도 좋지만 외우면 더 좋은 문장들이다. 좋은 문장을 외우면 그 문장이 몸의 일부가 되고, 삶과 세상을 바라보는 눈이 달라진다. 저자는 이것이 우리가 흔히 ‘교양’이라고 부르는 미덕의 첫걸음이라고 말한다. 그렇다고 억지로 문장을 외울 필요는 없다. 울림과 여운을 안겨주는 문장은 특별히 외우려고 노력하지 않아도 읽고 쓰는 사이 저절로 우리 가슴에 깊이 새겨질 것이다.
책속에서
[P. 18] The cure for the ills of democracy is more democracy.
민주주의의 병폐에 대한 처방은 더 많은 민주주의다.
-제인 애덤스(1860~1935), 《민주주의와 사회윤리》(1902)
∴1918년 일어난 독일혁명으로 1919년에 성립된 독일 바이마르 공화국은 국민의 기본권을 상세히 규정한 바이마르 헌법을 제정하고, 당시 가장 진보적인 형태의 민주주의를 실행했다. 하지만 대통령에게 긴급명령권을 부여한 헌법 48조가 히틀러의 나치 정권 수립의 근거를 마련해줌으로써 공화국은 결국 1933년 종말을 고했다. 제인 애덤스는 민주주의로 인한 폐해는 더 강력한 민주주의로 바로잡아야지 파시즘으로 해결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지금 한국의 상황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는 말이다.
[P. 32] Nothing is more dangerous than an idea, when it is the only one you have.
오로지 한 생각만을 지녔다면, 그 생각보다 더 위험한 것은 없다.
-알랭(1868~1951), 《종교론》(1938) ∴프랑스의 철학자 알랭이 이 문장에서 말하고자 하는 것은 명확하다. ‘빠’가 되지 말자. 그것만큼 위험한 것은 없다. 오로지 한 가지 생각만 하고, 한 가지 면만 본다면 그것은 가장 나쁜 의미의 종교가 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