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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마키아벨리인가?
주권자에게 일러주는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20계명

오늘날 대부분의 정치 조언자들은 정치적 행위를 이해할 때 추상적인 모델이 유용하다고 믿는다. 하지만 마키아벨리는 정치 조언자의 진정한 기술은 욕망, 즉 개인과 인민의 욕망을 해석하는 것이라고 주장한다. 이처럼 어려운 과업을 달성하기 위해 그는 대체로 역사에 의존한다. 왜냐하면 그가 보기에 우리 눈앞에서 벌어지는 정치적 사건들은 과거에 비슷한 방식으로 이미 일어났기 때문이다. 그가 이탈리아의 정치적 문제점을 찾아내고 올바른 해결책을 제시할 수 있었던 것은 바로 이러한 방법론 덕분이었다.

한나 아렌트가 “근대적 의미에서 혁명의 정신적 아버지”라고 평한 마키아벨리는 자신의 관심사에 대해 목소리를 낼 수 있는 수단을 시민들이 사용할 수 있고, 사용해야 하며, 특히 통치자가 근본적인 정치적, 사회적 권리들을 변경시키는 법을 통과시키려 할 때는 더욱 그래야 한다고 강조한 최초의 근대적 정치 저술가였다. 그리고 일반 시민의 목소리가 광장을 채운다면 권력을 가진 자들이 자신들의 의지와 이익을 관철시키는 게 더 어려워지며, 어느 한 사람이 자신의 의지를 임의적으로 관철시키지 못하는 한 공화국은 자유를 유지한다고 했다.

그런 모든 것을 감안할 때, 니콜로 마키아벨리만큼 공평하고, 뛰어나며, 정직한 상담가를 찾아내기는 불가능할 것이다. 저자인 모리치오 비롤리는 마키아벨리의 글과 말에서 어떤 사람을 대통령이나 국회의원 등 우리의 지도자로 뽑아야 하는지에 관한 조언을 골라 그것에 논평을 더했다. 때로 그 타당함을 증명하기 위해 현대의 사례들을 적절히 제시한다. 이 책은 그렇게 뽑은 ‘주권자에게 일러주는 마키아벨리의 투표 강령 20계명’인 셈이다.

강령 20계명 모두 우리가 어떠한 정치 지도자를 지지하거나 선거 당일 투표소로 향할 때 반드시 가슴에 새겨두어야 할 것들이다. 예를 들면 다음과 같은 가르침은 작금의 우리 현실 속에서 더 뼈저리게 다가온다. 『정의와 다원적 평등』의 저자인 마이클 왈저 프린스턴고등과학원 석좌교수는 “투표하러 가기 전에 이 책을 꼭 읽으라”고 권한다.

- “덜 사악한 쪽을 선택해야 한다.”
- “부패와 싸우는 것은 참된 지도자의 최우선 과제가 되어야 한다.”
- “한 국가를 신념의 공동체로 만들고자 하는 사람을 뽑아선 안 된다.”
- “올바른 사람들을 존경하고, 역사를 통해 배우려고 하는 후보를 선택하라.”
- “대담한 사업을 펼치려고 하는 후보를 의심하라.”
- “우리 모두가 각자에게 공평한 세금을 부담하도록 하는 후보자에게 투표하라.”

더구나 정치인들은 위장술의 대가이다. 비극적 사건에 대한 슬픔, 가난한 사람들의 비극에 대한 연민, 불의에 대한 분노, 공화국의 제도들에 대한 충성심 등 자신이 느끼지도 않는 감정들을 보여줄 수 있으며, 또 권력에 대한 열망, 자만, 탐욕, 일반 시민에 대한 경멸 등 자신의 진정한 감정을 숨길 수도 있고, 자신의 행동을 화려하게 치장하거나, 결점을 감추기 위해 언어의 힘을 활용하는 능력이 탁월하다. 그러므로 마키아벨리는 그러한 정치인들을 “눈이 아니라, 손으로 만져보고 판단하라”고 조언한다.

“새 나라가 세워지는 것은 ‘자유로운 사람들’에 의한 방식과
‘타인에게 종속되어 있는 사람들’에 의한 방식, 두 가지가 있다”

오늘날 대한민국은 국가의 최고 지도자인 대통령의 탄핵과 파면으로 인해 혼란스런 정치 상황이 이어지고 있다. 그리고 그 끝은 또 다시 선거다. 선거 때만 되면 사람들은 늘 고민이다. 어느 후보를 뽑아야 하는가? 마음에 드는 후보가 없으면 어떻게 해야 하는가? 좋은 후보를 선택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경계해야 할 후보는 어떤 사람들인가? 후보의 말을 얼마만큼 믿을 수 있는가? 참된 정치 지도자의 역할은 무엇인가? 투표장에 들어가는 순간까지 고민하는 것들은 이 밖에도 많다. 그러다 보니 많은 사람들이 아예 투표를 포기하기도 한다. 가장 중요하면서도 관심이 많은 대통령 선거도 투표율이 70%에도 못 미치는 경우가 있고, 국회의원이나 지방선거의 경우 겨우 50%를 넘기는 수준이다.

하지만 투표는 시민권의 가장 중요한 표현이며, 마키아벨리가 살았던 시대에 비해 오늘날에는 더욱더 중요하다. 마키아벨리의 시대에는 통치자를 선택하고, 공화국의 법을 승인할 권리가 (마키아벨리 자신은 속하지 않았던) 소수의 특권층에게만 부여되었다. 법을 통과시키고 통치자를 선택할 권력이 소수의 시민들에게만 부여된 귀족주의적 공화국은 “소수는 항상 소수를 위한 결정을 내리기 때문에” 거의 필연적으로 사익만을 추구하는 시민들이 좌우하는 과두제로 전락해 부패한다.

그러나 민주공화국은 결점이 있을 순 있지만, 그 어떤 정치 체제보다 바람직하다. 투표는 우리가 민주공화국을 선호하며, 다른 대안에는 관심이 없다는 것을 가장 강력하게 표현할 수 있는 방법이다. 그러므로 우리는 투표를 해야 하며, 만약 훌륭한 후보가 없다면 덜 나쁜 후보에게 투표해야 한다고 마키아벨리는 조언한다.

마키아벨리는 『로마사 논고』에서 “새 나라가 세워지는 것은 ‘자유로운 사람들’에 의한 방식과 ‘타인에게 종속되어 있는 사람들’에 의한 방식, 두 가지가 있다”고 했다. 대한민국은 ‘촛불을 들고 광장에 모인 자유로운 사람들’이 새 나라를 세우려는 열망으로 가득 차 있다. 마키아벨리는 만약 정치 지도자가 스스로를 바꾸려 하지 않는다면, 시민들이 지도자를 바꿔야 하며, 어떤 대통령이 시대와 가장 어울리는지를 알아볼 수 있을 만큼 현명해야 한다고 조언한다.

또한 정치인의 자질을 효과적으로 평가하기 위한 방법 중 하나는 그를 둘러싸고 있는 사람들을 살펴보는 것이라고 조언한다. 마키아벨리는 “어떤 통치자의 능력에 대해 사람들이 갖게 되는 첫 번째 평가는 그 주위에 있는 사람들을 살펴봄으로써 이루어진다”고 했다. 즉 어떤 후보자가 무지하고, 오만하며, 거만한 협조자들과 함께 일하기를 좋아한다는 걸 보게 되면, 우리는 그 또는 그녀가 공직을 맡기에 적합하지 않은 사람이라고 확신할 수 있다는 것이다.

우리는 언필칭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며, 모든 주권은 국민으로부터 나온다고 이야기한다. 하지만 그것은 헌법에 명시만 되어 있다고 해서 저절로 이루어지는 건 아니다. 모든 국민이 자신의 주권을 정당하게 행사함으로써 올바른 대리인으로 하여금 합당한 리더십을 발휘하도록 할 때만이 우리는 민주공화국에 가까워질 수 있을 것이다.

“나머지는, 당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

저자는 독자들이 이 책에서 우리가 대표자를 뽑을 때 많이 하는 실수를 피할 수 있게 도와주는 경고들을 발견하길 바란다. 독자들은 진정으로 훌륭한 정치 지도자의 상(象)을 갖게 될 것이므로 만족할 만한 성과를 얻을 것이다. 공화주의적 자유에 헌신하고, 조국의 공공선을 위해 봉사할 준비가 되어 있고, 모든 국가와 모든 인민의 자유와 위엄을 존중하는 정치가들을 만나게 될 것이다.

우리가 주기적으로 저지르는 실수에 관해 납득할 만한 충고를 받고, 훌륭한 정치 지도자의 가장 적절한 자질에 관해 명확한 생각을 갖고 나면, 우리는 스스로 결정을 할 수 있고, 해야만 한다. 그 어떤 정치 사상가의 이론이나 과학적 방법론이 제아무리 정교할지라도 선택의 부담으로부터 우리를 자유롭게 해 주는 것은 없다. 마키아벨리가 『군주론』의 마지막 장에 썼듯, “나머지는, 당신이 스스로 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