들어가며 1장 단어와 행위 2장 우리가 시작된 곳 3장 공화주의와 민주주의 4장 토크빌 씨가 말했듯이 5장 민주주의와 포퓰리즘 6장 근대민주주의의 조건 7장 민주적 시민권 찾아보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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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민주주의는 행동하는 민중의 도덕이다” 2017년 1월 25일, 검찰 조사를 받기 위해 강제소환된 최순실은 포토라인 앞에서 외친다. “여기는 더이상 민주주의 특검이 아니다!” 그러자 근처에서 최씨의 말을 들은 청소부 아주머니가 맞받아친다. “×랄 염×하네.” 당시 뉴스를 접한 사람들은 너나할 것 없이 이 희대의 망언을 성토했다. 그런데 최씨의 말이 어째서 ‘망언’인지 근거와 논리를 가지고 설명해보라 한다면, 우리들 민주사회 시민들은 얼마나 잘해낼 수 있을까? 영국 정치학계의 거목 버나드 크릭 경의 책 『민주주의를 위한 아주 짧은 안내서』에 따르면, 최씨가 민주주의의 발상지인 고대그리스 아테네에서 살았더라면, 무려 소크라테스와 마찬가지로, 사약을 받았을 것이다. 혹은 최씨가 인류사에 민주주의를 통렬히 아로새긴 프랑스대혁명기 파리에 살았더라면, 그는 물론 루이 16세와 함께 단두대의 이슬로 사라졌을 것이다. 만일 최씨가 19세기 미국에서 태어났다면 사형은 면했을지 모른다. 왜냐하면 당시 미국은 독립전쟁에서 승리한 후 자유민주주의의 산증인을 자처했으나, 실상은 자본주의민주주의가 극에 달한 포퓰리즘 시대였기 때문이다.(이 시기에 미국의 금융가 J. P. 모건은 클리블랜드 대통령에게 “친구 사이에 헌법이 무슨 대수냐?”라는 최순실스러운 발언을 했다고 한다.) 그렇긴 해도 우정(?)을 나눴던 대통령과 그 측근이 쌍으로 감옥에 갇히는 결말은 오늘날과 크게 다르지 않았을 것이다. 게다가 미국은 사법부의 독립성이 대단히 강력하여, 주에 따라서는 종신형을 받았을 수 있다. 인류 역사상 어떠한 시대 어떠한 국가에도 최씨가 정당성을 찾을 수 있는 민주주의는 존재한 적이 없다. 전제군주제나 독재라면 몰라도.
모두를 위한 민주주의 입문서 『민주주의를 위한 아주 짧은 안내서』는 2002년에 초판이 출간된, 꽤나 오래된 책이다. 하지만 2018년 현재까지도 민주주의 개론서로 영국과 미국에서 꾸준히 팔리는 거의 유일한 책이다. 그 이유는, 이 책이 옥스퍼드대 출판부에서 펴내는 인문사상개론서 시리즈 중 한 권인 덕분이라고, 옥스퍼드는 생각할지 모른다. 그럴 수도 있다. 하지만 책을 들여다보면 생각이 좀 바뀐다. 이 작은 책이 오랫동안 읽히는 진짜 이유는, 학문적 엄정성과 실천적 설득력이 훌륭하게 균형을 유지하며 공존하고 있기 때문임을 알게 된다. 크릭 경이 이와 같은 입문서를 쓰게 된 것은, 애초에 이 시리즈가 각 분야의 권위 있는 학자들이 해당 주제에 관한 종합적 지식을 최대한 간명하게 정리해주는 대중교육의 일환으로 기획되었기 때문이다. 그런데 그중 ‘민주주의’ 항목이 하필 크릭 경에게 맡겨진 것은 흥미롭고 또 얄궂다. 크릭 경은 1952년 런던정치경제대학교(LSE)에서 박사학위를 받은 후 미국으로 건너가 하버드, 버클리, 시카고 등에서 강의했다. 그리고 영국으로 돌아와 LSE와 셰필드대학교 정치학과 교수를 거쳐, 1972년 런던 버크벡칼리지에 정치학과를 개설하고 석좌교수까지 지낸 후 1984년 은퇴했다. 학자로서 40년 넘게 강단에 섰지만 크릭 경은 객관적이고 공평무사한 학문 분야의 하나인 정치학이 아니라 행동과 변화를 이끌어내는 실천적 지성으로서의 정치학을 추구했다. 때문에 그의 중요한 업적 중 상당수가 현실정치에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정당과 국가기관의 정치자문활동과 관련이 있었다. 크릭 경의 영향을 받은 많은 제자들이 주류 정치가로 활약했으며, 크릭 경 자신도 영국 신노동당의 정책고문이었다. 또한 내무장관 산하 교육자문위원으로서 영국 초중등교육과정에 시민교육을 포함시키는 데 주도적 역할을 했다. 2008년 크릭 경이 영면하자 《가디언》에는 유력 인사들의 추도사와 크릭 경에 관한 칼럼들이 여러 개 실렸는데, 그중 눈에 띄는 내용이 있었다. 크릭 경은 평생 동안 옥스퍼드대 교수에 계속 지원했고, 옥스퍼드는 저명한 정치학자인 크릭 경을 줄기차게 거절했다는 것이다. 크릭 경이 옥스퍼드에서 강의하고자 한 것은 영국 최고의 명문대 교수 자리를 욕심냈기 때문이 아니었다. 이 대학이 영국 총리를 가장 많이 배출했기 때문이고, 가장 보수적인 철학을 굳건히 유지하고 있기 때문이었다. 크릭 경은 바로 그러한 대학에서 미래의 정치가들에게 균형 잡힌 시각을 제시하는 것이 정치학자로서 자신의 역할을 온전히 수행하는 길이라고 여겼다. 하지만 크릭 경이 박사학위를 받은 LSE는 애초에 영국 사회주의운동가들이 설립한 학교고, 크릭 경의 대표저서 중 사회주의자 조지 오웰의 전기가 있다는 점만 보더라도, 그 정치적 지향성을 짐작할 수 있을 것이다. 크릭 경은 영국의 의회내각제에 비판적이었다. 한마디로, 그는 옥스퍼드가 도저히 받아들이기 힘든 학자였던 것이다. 크릭 경과 옥스퍼드의 줄다리기는 결국 크릭 경이 정치학자로서 사회에 기여한 공로를 인정받아 2002년에 경(Sir)을 하사받는 것으로 마무리되었다. 그리고 옥스퍼드는 바로 이 해에 크릭 경의 이 책 『민주주의를 위한 아주 짧은 안내서』를 출간했다.
책의 내용 책의 구성은 개론서답게 간결하다. 민주주의의 정의(定意), 역사, 각국의 제도현황 등을 기본적인 수준에서 다룬다. 그런데 해박한 저자가 (분명한 관점은 있으되 이를 노골적으로 드러내지는 않고) 학자적 공정함과 엄밀성을 견지하여, 민주주의라 일컬어지는 것과 관련된 대부분의 항목을 고루 언급한다. 그러다보니 가볍게 읽을 쉬운 책을 기대한 영미권의 독자들 중에는 당황하여 불평을 늘어놓는 경우도 더러 있다. 이러한 상황에서 통상적 용법과는 꽤 거리가 있는 정치학 용어까지(우리에게는 없는 제도나 단어들마저) 번역해야 하는 한국어판으로선 부득이하게 많은 주석을 달고 나오게 되었다. 주석을 통해서라도 오독 없는 일독에 기여하고자 한 선택으로 여겨주시길 부탁드린다.
민주주의라는 혼란스러운 개념 1장에서 저자는 민주주의를 설명할 때 서로 다른 3가지 용법을 구분한다. 1) 정부 원칙 또는 정책으로서의 민주주의. 2) 제도적 법적 장치로서의 민주주의. 3)행동방식으로서의 민주주의. 이렇게 하는 이유는, 민주주의라는 단어 자체가 개념, 용법, 제도, 현실, 정치 등등에 명확한 구분 없이 너무도 폭넓게 쓰이는지라, 당신이 말하는 민주주의가 내가 듣고 있는 민주주의와 같은 뜻이 아닐 수 있기 때문이다. 단적인 예로, 대한민국은 ‘민주공화국’이지만, 북한은 ‘인민민주주의공화국’이다. 이러한 명명은 단지 조롱거리에 불과한 걸까? 꼭 그렇진 않다. 저자에 따르면, 소비에트혁명기에 탄생한 ‘인민민주주의’는 ‘다수의 동의를 거쳤다’는 사실만으로 정당성이 확보된다고 믿었다는 점에서 지나치게 민주적이었다. 또한 민주주의는 정치제도를 가리킬 때가 많지만, 그 밖에도 인간에게 소중하고 값진 모든 것(자유, 평등, 인권 등)을 가리키기 위해서도 자주 쓰이고, 이는 민주주의의 변천사 자체와 관련이 있다.
사연 많은 민주주의의 역사 이에 저자는 2~4장에 걸쳐 민주주의 역사에 중요한 획을 그은 사건들을 생생하고 흥미진진한 사례와 함께 설명한다. 고대그리스와 국민주권주의. 고대로마와 입헌공화주의. 프랑스대혁명과 시민공화주의. 영국 시민혁명기의 참정권과 대의민주주의. 미국독립전쟁과 자유민주주의. 각각의 시기 또는 사건을 거치면서 민주주의는 그 영토가 더욱 넓어지고 의미는 다채로워졌다. 그리고 이러한 만능성과 공용성 때문에 오늘날에 이르러 민주주의는 거의 아무런 의미도 담지 못하거나, 아무 의미나 다 담아도 무방한 지경에 처하게 되었다. 이러한 문제에 해결책을 찾기 위해 저자가 주목하는 사상가는 존 스튜어트 밀과 알렉시 드 토크빌이다. 이들의 사상은 오늘날 우리가 ‘여러 민주주의들’ 사이에서 적절한 균형점을 찾는 데 도움을 준다.
민주주의의 미래를 위한 시민의 역할 여기까지만 보면 이 책은 확실히 정치학 개론서가 맞다. 하지만 저자는 5~6장에서 민주주의의 가치와 장점을 훼손하지 않으면서 민주주의의 심각한 결함을 극복하기 위한 해결책을 신중히 모색한다. 저자에 따르면, 근대민주주의와 포퓰리즘 문제를 극복할 수 있는 제도는 시민공화주의다. 민주주의가 ‘다수결’ 이상의 의미를 갖기 위해서, 사회구성원들이 각자 개인의 이익에 따라 이리저리 움직이는 파편화된 ‘군중’이 아니라 정치적 통치의 주인인 ‘인민(시민)’으로 존립하기 위해서, 갈수록 복잡해지는 국제관계와 각국의 정치사회문제를 풀어갈 실마리를 얻기 위해서, 우리는 우리 자신을 교육시켜야 한다. 현실적이고 구체적인 조건들 속에서 우리의 권리와 의무에 대해 숙고해야 한다. 왜냐하면 민주주의와 자유는 그 기원에 있어서나 현실적 적용에 있어서나 서로 합치되기보다는 긴장관계에 놓이는 경우가 더 많기 때문이다. 그리고 민주주의를 가장 좋고 또 훌륭한 것으로 완성시키는 것은 언제나 자유롭고 능동적 시민이다.
책속에서
[P.9] “설령 선택의 여지가 없더라도 우리는 선택을 해야만 한다. 여러 민주주의 국가에 만연하고 있는 ‘선택 안 함’은 위험한 방식의 선택일 수 있다. 우리는 각자 무언가를 선택해야 하지만, 우리가 어떻게 그리고 왜 다른 사람들을 대신해 감히 선택이란 걸 하는가는 또다른 문제다.”
[P. 15] “고대인의 목적은 사회적 권력을 같은 조국의 시민들끼리 공유하는 것이었다. 이것이 그들이 말하는 자유였다. 근대인의 목적은 사적 즐거움에 있어 자유를 누리는 것이며, 이러한 즐거움에 대한 제도적 보장을 자유라 부른다.”
[P. 28] “우리의 미디어들은 이제 대중의 관심이라는 것을 ‘공익’이라는 보다 오래된 개념과 뒤섞거나 또는 일부러 헷갈리는 척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