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주메뉴 바로가기
국회도서관 홈으로 정보검색 소장정보 검색

이용현황보기

법, 셰익스피어를 입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
0002509016 김형오 340.02 -12-2 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알라딘제공
부러진 법, 셰익스피어로 펴다
인간을 사랑하고 인권을 섬기는 인문주의자로 살아온 따뜻한 법학자 안경환, 그가 인류의 고전, 셰익스피어를 읽고 현재의 법을 돌아보게 한다. 이 책은 법의 생명이 모든 사람의 고유한 아픔에 귀를 내주고 약한 자의 눈물을 닦아주는 데 있음을 믿고, 법률가가 시인이 되는 세상을 꿈꾸는 한 이상주의자의 발원문(發願文)이기도 하다.

"나는 여기 법 앞에 서 있소. 법을 갈구하오!"
혼란의 시대, 지금 우리의 법은 무엇을 필요로 하는가? 법학자 안경환이 불멸의 고전 셰익스피어에서 그 답을 찾는다. <햄릿>, <리어 왕>, <오셀로> 등 셰익스피어가 남긴 희곡 13편에 담긴 당시 법의 모습과 수백 년이 지난 지금의 법에 전하는 메시지를 읽으며 부러진 법과 과거에 묻혀져 가던 문학은 다시 살아나 숨을 쉰다.

책속에서

알라딘제공
저자 서문
"도대체 왜 셰익스피어인가?"라는 물음에 대한 정답은 "그가 아니면 누구란 말이냐?"라는 반문이다. 서양 문화권에서 셰익스피어는 가히 세속경전이다. 셰익스피어는 보편성, 국제성, 다문화주의 등 21세기의 모든 의제와 담론을 포용한다. 극동의 한 사내에게도 셰익스피어는 지혜의 보고였다. 예닐곱 살에 배운 천류불식과 원형이정, 자라서 생업으로 삼은 법학, 한 인간으로 얻었던 작은 성취와 겪었던 수많은 좌절을 모두 품어 안고 있었다. 지난 수십 년, 셰익스피어는 나의 친절한 스승이자 친구였고, 작품의 수많은 인물은 내 꿈을 휘젓는 연인이었다.
영어로 법을 공부하면서 더해진 욕망 하나가 있었다. 셰익스피어의 전 작품을 대상으로 법률주석서를 쓰고 싶었다. '법과 문학'이라는 지적 곁가지를 치면서 그 욕망은 더욱 강렬해졌다. 초임교수 시절에 런던으로 날아갔던 숨은 이유이기도 했다. 그의 작품을 모두 한 번은 현지 무대에서 보고 싶었던 치기도 있었다. 눈에 띄는 대로 자료를 모으고 이따금씩 읽었다. 때때로 흘리듯 쓰고 이야기도 했다. 그러나 주석서는 차원이 다른 과제였다. 평생 입문단계에 머뭇거리는 옛 영어와 영국법 지식이 걸림돌이다. 하지만 얼마 남지 않은 대학생활이라 더 이상 지체할 수도 없다. 언제 목적지에 닿을지 모르는, 아직도 한참이나 걸어야 할 그 노정에서 잠시 갓길로 벗어나 표주박에 버들잎을 뿌려 한 모금 샘물이라도 들이킬 요량으로 에세이 형식의 '맛보기'를 펴낸다.
모든 고전의 해석이 대개 그러하듯, 이 책에 담긴 내용 중에 나의 고유한 언어는 없다. 무수한 사람들이 앞서 풀어 펼쳐놓은 이야기 중에 가려서 거두었을 뿐이다. 말이 되든, 되지 않든 독자의 느낌은 있는 그대로 소중한 것이다. 상상과 창의야말로 해묵은 경전을 생생하게 살아 움직이게끔 만드는 동력이니까.
근년에 들어 내 시들어가는 육신을 배반하면서 간절하고도 애타는 욕망과 영감을 붙들어 매어준 모든 것들에 원망과 감사를 함께 보낸다. 이 모두 셰익스피어 때문이다.

셰익스피어의 작품은 오랜 세월에 걸쳐 수많은 사람의 손때와 입김을 합쳐 만든, 일종의 경전이다. 대저 모든 경전이 그러하듯이 탄생 당시의 본래의 의미를 파악하는 작업에 이어서 시대에 맞는 새로운 해석이 필요하다. 종교의 경전이나 국가 단위의 세속 경전인 헌법에 비유할 수 있다. 헌법은 유기체이다. 일단 태어난 후에는 독립된 생명체로서 부단히 생성, 발전하는 시대정신을 흡입하여 스스로를 살찌우고 뼈를 다진다. 때때로 개정을 통해 종전의 조항이 대체, 보충되기도 한다. 미국 헌법의 의미를 해석해내는 작업에 실제로 셰익스피어 작품이 자주 동원된다. (본문 35쪽, 1장 「셰익스피어와 법」 중에서)
작품 「줄리어스 시저」가 근본적으로는 시민공화주의 이상을 강론하지만 대중민주주의가 초래할 위험에 대한 경고도 담았다. 대중은 대의보다는 목전에 걸린 사적 이익에 민감하다. 안소니가 공개한 시저의 유언장에 로마 시민 모두에게 사재를 남겼다는 구절을 듣고 군중은 결정적으로 안소니 편으로 돌아선다. '거리의 정치'는 물론 다양한 가치관이 표출되는 '열린사회'에 민주적 정당성을 부여하는 신성한 기재다. 그러나 상황에 따라 몽매한 대중이 무뢰한 폭도로 돌변할 위험은 언제나 상존한다. 그래서 '민주주의'라는 거룩한 낱말 앞에 '성숙한'이란 전제조건이 필요한 것이다. (본문 150쪽, 5장 「자유다! 독재자는 죽었다!」 중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