러시아 번역문학 천재 채수동 번역본 도스토옙스키문학 최고의 창조물 스타브로긴 고백! 위대한 도스토옙스키의 5대 필독 장편소설!
러시아적 인간상을 그려내다 도스토옙스키(1821~1881)는 현대에도 여전히 전 세계 관심의 대상으로 주목받고 끊임없이 재발견되어 왔다. 이 영원한 현대성과 세계성이야말로 도스토옙스키문학의 가장 큰 특징 가운데 하나이다. 그가 살았던 제정 러시아는 1861년의 농노해방을 중심으로, ‘러시아 역사에서 가장 혼돈되고 가장 과도기적이며, 가장 숙명적인 시대’였다. 작가는 이 과도기적인 모순과 혼돈의 한복판에서 스스로 몸을 내던져, 그 모순에 가리가리 찢긴 작가였다. 도스토옙스키의 작품세계가 톨스토이와 같은 조화와는 거리가 멀고, 폴리포니(多聲性)라는 특징을 강하게 띠고 있는 것도 그런 이유 때문이다. 그것이 그의 문학에 나타나는 현대성의 한 요소를 이루고 있다. 《악령(1872)》은 도스토옙스키의 5대 장편소설 중 하나로 손꼽힌다. 이 소설의 제목인 ‘악령’이란 <누가복음>의 구절에서 인용한 바처럼 1860년대 러시아에서 마치 귀신들린 돼지떼와도 같이 모험적 혁명운동과 서구사상을 기형적으로 받아들여 파괴적인 행동에 광분하다가 마침내 스스로 파멸의 구렁으로 떨어지고 마는 청년집단을 상징한다. 《악령》과 네챠예프사건 도스토옙스키는 모스크바의 한 대학생이 배신자로 의심받아 동료 혁명가의 손에 살해당하는 네챠예프사건을 계기로 《악령》의 주요 줄거리를 구상했다. 도스토옙스키는 이 줄거리에 그즈음 구상하고 있던 장편연작 ‘위대한 죄인의 생애’의 인물과 특징을 집어넣었는데, 특히 《악령》의 주인공 스타브로긴의 인물성격에 그런 특징이 잘 드러난다. 행동과 극적인 사건으로 가득찬 이 소설에서 작가는 혁명음모가들을 바보와 악당으로 풍자한다. 결국 그들로부터 희생당하는 개심한 샤토프는 도스토옙스키의 반혁명사상을 잘 반영한다. 이런 반혁명적 태도는 제정 러시아의 미래에 대한 그의 민족주의 신념을 잘 드러내며, 이 신념은 러시아정교회의 그리스도에 대한 믿음의 일부로서 그 의미를 가진다. 《악령》을 지배하는 것은 수수께끼 같은 인물 스타브로긴이다. 그의 매력적인 성격은 반역적 급진주의자인 샤토프와 키릴로프뿐만 아니라 흥미 있는 자유주의자 스테판 베르호벤스키와 혁명가인 그의 아들 표트르에게도 영향을 주며, 주요 여성인물인 리자베타와 다리야 및 마리야는 그에게 운명적인 매력을 느낀다. 그러나 그가 신에 대한 믿음을 잃자 그의 본성인 타고난 선량함은 위축되어 버린다. 그가 어린 소녀를 강간하는 것은 악에 완전히 굴복한 것을 상징한다. 스타브로긴 고백: 도스토옙스키문학 최고의 창조물 《악령》은 군주정치 끝 무렵인 제정 러시아의 절망하는 청년들을 다루고 있다. 그러나 그 상황의 인상은 피가 용솟음치는 것처럼 선명하고 강렬함으로 다가온다. 도스토옙스키가 생전에 발표를 억눌렀다고 하는 《악령》 속 ‘스타브로긴 고백’의 장(章). 거기서 이야기되는 스타브로긴의 소녀능욕과 그 뒤 환각체험에 독자들은 전율한다. ‘영혼은 깊고, 어디를 가도 한계에 이르는 일은 없다’는 옛 현자의 말을 떠올리게 한다. 《악령》은 첫 번째보다 두 번째, 두 번째보다 세 번째 읽을 때가 더 재미있다. 누구나 ‘스타브로긴 고백’의 장에 압도될 것이다. 성급한 죄, 게으른 죄는 심판과 더불어 다가온다. 고독해지는 것을 두려워하지 않는다. 이 소설의 반(反)센티멘털리즘, 전체주의 광란의 세계는 오늘날 우리나라에도 여전히 넘쳐난다. 비틀려 가는 시간감각, 마을 처녀의 목욕과 승천하는 장면을 잊을 수 없다. 세련되고 아름답고 슬프다. 삶의 부조리에 대한 강한 저항, 냉혹한 시선, 초형이상학적인 통쾌함, 기회주의적인 선동 등. 오늘날 우리 한국사회 또한 갈수록 더 이 《악령》의 예언대로 되어가고 있지는 않은지. 도스토옙스키는 교훈적인 의도로 이 소설을 썼지만 이 작품이 과장된 목적문학이 되지 않은 것은 오직 작가의 예술능력 때문이다. 작가는 선정적 소재와 이념적 요소를 결합하기 좋아하지만, 이 작품만큼 뛰어난 예술기법으로 이를 잘 형상화한 작품도 드물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