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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ㆍ알렉산드리아

작품 해설
한 운명론자의 두 얼굴_이병주의 〈소설ㆍ알렉산드리아〉

작가 연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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소설·알렉산드리아 : 이병주 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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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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한국의 발자크, 나림 이병주의 데뷔작을 다시 만난다
《소설·알렉산드리아》는 데뷔 이전에도 많은 글을 써 온 이병주의 공식적인 등단작으로, 당시에는 쉽게 상상할 수 없었던 방대한 규모의 소설적 배경과 흥미로운 서사로 많은 관심을 받았다. 이병주 문학의 원형이자 그를 세상에 알린 대표작이라 할 수 있다.
부모를 일찍 여읜 두 형제의 이야기이다. 형은 공부를 잘해 동경 유학을 마치고 출세를 꿈꾸었고, 동생은 공부와는 담을 쌓고 살아간다. 그러던 어느 날 형이 사상범으로 감옥에 투옥되면서 동생에게 편지를 써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로 갈 것을 지시한다. 그리고 그곳에서 동생은 독일인을 가운데 둔 살인사건을 목격하는데…….
이 소설은 역사의 한복판에 피어난 작가의 자의식 극복을 위한 분투와, 얼어붙은 감옥 속 유폐된 황제의 자유로운 사상과 철학, 열락의 땅 알렉산드리아에서 펼쳐지는 역사와 전쟁, 이데올로기를 관통하는 상상력과 서사를 맛볼 수 있는 작품이다. 이병주 문학에 대한 다시 보기의 일환으로 2009년에 나온 《소설·알렉산드리아》를 명화와 더불어 새롭게 편집해 이번에 개정판이 나왔다.

저마다의 가치로 반짝이는 나림(那林) 이병주의 문학이 다시 빛을 발하다
한국 근현대사의 굵직한 사건들에 전 생애가 걸쳐 있어 한평생 소란스러운 삶을 살다 1992년 타계한 작가 이병주. 마흔네 살이라는 뒤늦은 나이에 문단을 두드린 그는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지난했던 과거의 경험과 방대한 지식을 바탕으로 엄청난 필력을 자랑하며 한국의 발자크로까지 불렸다. 하지만 그가 발표한 수많은 작품에 대한 문단의 평가는 작품이 담고 있는 의미와 가치의 무게에 비해 대단히 가혹했다.
이러한 가운데 경남 하동에 이병주 문학관을 설립하고 이병주국제문학제와 같은 관련 문화 행사를 마련해 꾸준히 활동해오고 있는 이병주기념사업회가 이병주의 데뷔작인 《소설·알렉산드리아》를 다시 펴낸 것은 의미가 적지않다. 이 개정판에는 문학평론가 김종회의 해설을 곁들여 읽는 이에게 도움을 준다.

역사의 한복판에 피어난 작가의 자의식 극복을 위한 분투를 읽다
사상범으로 붙잡혀 대한민국에서 징역살이를 하고 있는 형을 이집트의 알렉산드리아에서 기다리는 나. 나는 알렉산드리아에서 역사의 소용돌이에 휘말려 큰 상처를 입은 게르니카의 여인 사라 엔젤, 독일인 한스와 더불어 지내며 또 다른 역사적인 순간을 목격한다. 그리고 이러한 경험을 통해 차츰 형이 지었다는 ‘사상을 가진 죄’에 대해 이해하며 사라 엔젤과 한스가 떠난 알렉산드리아에 홀로 남아 형을 기다린다.
이 작품은 한때 ‘필화 사건’에 휘말려 옥고를 치른 작가 이병주의 삶과 내면을 고스란히 반영하는 대표적인 것으로 이병주 문학의 원형이라 평가받고 있다.

거장의 문학이 전해주는 소설적 재미와 문학적 자극을 기대하라
“바로 그 우리 문학사에 보기 드문 작가 이병주가 유명(幽明)을 달리한 지도 어언 28년이 되었다. 강력한 체험적 인식의 작가, 소설적 운명론의 뛰어난 형상력, 그리고 근·현대사 전체를 아우르는 시각의 역사성……. 우리는 이 작가에게서 문학적 세계관의 넓이와 깊이, 그리고 그것을 소설로 풀어내는 장쾌한 작품 구조와 호활한 문체를 배웠어야 했다.”
시대 현실에 대한 소설적 각성도 사라지고 삶의 여러 부면을 절실하게 반영하는 리얼리즘적 표현 방식도 쇠퇴하여, 대다수의 소설들이 얄팍한 문장을 앞세운 기교주의와 개별적인 형식 실험에 침윤해 있는 오늘날, 이병주와 같은 걸출한 작가, ‘새로운 한국의 발자크’를 기대하는 것이 섣부른 꿈으로 그치고 말 것 같아 안타까운 것이 현실이다.
이병주의 데뷔작을 새롭게 내놓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체험과 역사를 아우르는 거장의 문학을 반 세기가 지난 오늘날 다시 만난다. 그것이 독자에게 소설을 읽는 재미를 주고, 소설가를 꿈꾸는 문학도에게는 신선한 자극이 되길 기대한다.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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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 39~40] 말셀은 나를 그 노인 앞에 내세우면서 말했다.
“이 사람이 나의 친구 프린스 김. 멀고 먼 코리아에서 온 프린스 김입니다.”
“프린스 김? 이거 잘 오셨소.” 주인은 나의 손을 정답게 잡았다.
그리고는 장난꾸러기 같은 웃음을 띠며,
“프린스라고? 엊그제는 네팔 왕의 서자(庶子)라는 자가 묵고 갔다네. 그러고 보니 요즘 우리 호텔엔 귀빈과 왕족이 끊어지지 않는 셈이구먼. 하여간 반갑습니다.” 하고 호의 있는 익살을 부렸다.
말셀이 나를 ‘프린스 김’이라고 부르는 데는 다음과 같은 경위가 있다. 코리아에 있을 적 여러 가지 이야기를 주고받는데 나의 성 ‘김’의 유래를 설명할 때 옛날 ‘가야’라는 나라의 왕이 우리의 선조라고 했다. 그러니까 왕손이라고 그랬더니 말셀이 받아서 하는 말이,
“불란서에 가면 왕손 아닌 사람이 없고 흉적의 자손 아닌 사람이 없다는 말이 있지.”
그 말끝에 말셀은,
“너는 왕손이 아니라 왕제(王弟)다. 그러니 프린스다.”
감옥 속에서 보내온 형의 편지마다에 황제란 말이 들어 있는 것을 이렇게 비꼰 것이다. 그리곤 그때부터 그는 나를 ‘프린스 김’이라고 농담 반 진담 반의 기분으로 부르게 되었다.
[P. 81~82] “……황제의 식탁은 으레 성찬이다. 백주의 태양에선 광택을, 밤의 어둠에선 고요를 타고 이렇게 천지의 정기를 집약한 쌀과 보리. 어느 두메에서 자랐는지 야무지고 단단한 콩. 모두들 이 땅의 농부들이 애태우며 가꾼 곡식. 대양의 바람이 잠기고 산의 정적이 고이고 들의 새소리가 새겨져 있을 식물들이, 강렬한 스팀으로 인해서 연화되었다가 다시 원통형으로 굳어진 사등밥이란 관명(官名)이 붙은 밥. 게다가 넓은 태평양도 비좁다는 듯이 웅크려서 살아온 새우의 아들의 아들들이 소금 속에 미라가 되어 나타나기도 하고 살은 이지러져 흔적이 없고 앙상한 뼈로써 미루어 생선엔 제법 깡치가 센 듯한 생선이 등장하기도 한다. 그런데 소위 생선이라는 게 나타날 때마다 감방 안에서는 가끔 시비가 벌어진다. 이 생선은 바다생활 1년에 육지생활 3년의 경력을 가졌다느니, 아니 바다 1년 육지 5년의 관록을 가졌다느니…….
수프는 지구의 깊은 곳에서 나온 물의 성질을 지닌 채 된장의 향기를 살큼 풍긴다. 들여다보면 거울도 될 수 있어, 황제는 그 수프를 거울 삼아 가끔 나르시스의 감정을 가져 볼 수도 있다. 황제의 식탁은 이처럼 성찬이지만 고적하다. 그러나 오만하게 버티고 앉아 황제다운 품위를 지키며 젓가락질을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