작가의 말 … 5 내 기억의 첫 장, 율전동 … 12 내 고향, 내 요쉴릭 … 30 발랴 아줌마 … 52 포대기로 키운 새싹 … 70 책장 속의 그 구두는 잘 있는, 가영 … 84 릴리아, 꽃말을 아시나요 … 100 안녕! 벽 뒤에 내가 있었어요 … 120 완벽한 하루 이용권 … 136 김 여사의 손맛 … 154 팬데믹, 그리고 배려 … 176 내 마음속 바다엔 고래가 산다 … 196 한겨울밤의 수다 … 21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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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장 속 그 구두는 잘 있는, 가영 : 김가영 에세이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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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구기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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000304440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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서울관 서고(열람신청 후 1층 대출대)
이용가능
0003044407
811.4 -23-935
서울관 1층 중앙홀
기획주제(도서관내 이용)
B000092042
811.4 -23-935
부산관 종합자료실(1층)
이용가능
출판사 책소개
재외동포문학상을 두 차례 수상한 중증장애 여성작가의 첫 자전에세이
전신마비 고통을 치열한 글쓰기로 치유한 ‘자전 에세이’이자 삶에 지친 청년들에게 삶의 의지를 불어넣는 ‘감성 에세이’다. 또한 30년 ‘휠체어 성장통’을 문학적 사유로 밝고, 따뜻하게 승화시킨 ‘연작 에세이’다.
세 살 때 ‘근위측증’이라는 희귀병 진단을 받은 이래 30년째 휠체어에 의지하고 있지만, 문학의 힘으로 이를 극복하고 깊은 사유로 다른 이들을 위로한다. 여덟 살 때 사업하는 아버지를 따라 우즈베키스탄으로 떠나 25년째 현지에 살고 있는 김가영 작가는 전신마비 장애로 ‘책 읽고, 글 쓰는’ 것이 유일한 취미다. 멀리 여행을 갈 수도 없고, 학교도 다닐 수 없어 동화와 수필집이며, 소설과 시집 등 여러 작가들의 책을 읽고, 또 러시아 문학에도 깊이 빠져 차츰 작가의 꿈을 키우게 됐다.
그 결과 재외동포문학상을 두 차례 수상하며 문학적인 성취감을 얻게 됐고, 글 쓰는 시간을 통해 상상 여행을 하고, 우주 유영도 하고, 깊은 바다 속의 고래와 이야기를 나눌 수도 있어 행복했다는 그녀는 글을 쓰기 시작하면서 ‘장애의 고통과 외로움’을 극복할 수 있었다고 고백한다.
밑줄 그을 문장 가득한 감성 에세이
온돌이 없어 온기가 없는 마룻바닥은 삐그덕거리며 세월의 신음을 내었고, 밤마다 마루 아래 쥐들이 달리기를 하는 소리가 들리고, 벌어진 틈사이로 도마뱀들이 밤 산책을 나왔다. 가끔은 옆집 토끼가 철망 밑에 땅굴을 파서 놀러오기도 하고, 가출한 닭이 담장을 넘고 넘어 골목 끝집에서 발견되기도 했다. 요쉴릭에서의 하루하루는 사건 사고 없는 나른한 동화 같았다. 언뜻 들으면 모험도, 특별한 사건도 없어 지루하고 따분하지만, 악당도 슬픔도 없어 저절로 마음이 편해지는 그런 동화 말이다. … <내 고향, 내 요쉴릭> 편
김가영 작가는 온몸이 굳어 노트북 자판조차 버거워 움직일 수 있는 양손 검지만으로 스마트폰 액정을 꾹꾹 눌러가며 원고를 쓴다. 그렇기에 작품 한 편을 탈고하는데 몇 갑절 더 큰 수고가 필요하다. 그 과정에서 깊은 사유의 심연으로 빠져들어 낚아 올린 그녀의 문학적 그물망 속엔 항상 메타포가 가득하다.
일찍이 우즈베키스탄을 공간적 배경으로 소설집 《발치카 No.9》(문학과지성사)를 발표했던 서울신문 신춘문예 출신의 이은선 작가는 그녀의 문학적 재능을 격려하며 “그가 양손의 검지만으로 짚어낸 문장들을 가만히 바라본다. 노을이 질 무렵과 동이 틀 때의 시간이 아랄해와 텐산산맥을 훑고 이리로 오는 중이다. 두 손가락이 타전한 문장들과 그가 겪어야만 했던 시간들이 한꺼번에 넌출거린다”고 평했다.
그녀는 또 직설적인 표현에도 능하다. ‘왜 반품도 안 되는 불량품을 출고시켰느냐’고 엄마에게 따지는 대목에선 오랜 고통 끝에 장애를 현실로 받아들인 작가의 솔직함이 그대로 묻어나고, 어린 시절 오빠와 언덕길에서 휠체어를 타고 달리기를 하다 돌부리에 채여 뒤집어졌던 기억을 소환하며 ‘나는 날개 없이 잠시 날았다’고 묘사한 대목에선 맑은 동심의 동화 한 편을 떠올리게 된다.
그 밖에도 정규학교를 포기하고 오랜 시간 부모님과 함께하며 많은 대화로 얻어진 이야기들이 문학적인 작품으로 승화돼 일반적인 문청(文靑)들과는 차별화된 글감 레시피를 선보인다. 할머니에서 엄마로 이어진 요리 솜씨 이야기를 다룬 작품 <김 여사의 손맛>을 통해서는 전통적인 전라도 상차림이 맛깔스레 펼쳐지고, <안녕! 벽 뒤에 내가 있었어요>를 통해서는 어릴 적 엄마와 자주 갔던 옛날 목욕탕 이야기가 생생하게 묘사돼 책 읽는 즐거움을 준다.
우즈벡 여행에서 발굴한 보석 같은 신예 작가
인문 여행서 《우즈베키스탄에 꽂히다》의 저자이기도 한 도서출판 라운더바우트의 최희영 대표가 우즈베키스탄을 방문 중 현지 교민들로부터 ‘전신마비로 두 손가락만을 움직여 가며 10년 이상 습작을 하고 있다’는 김가영 씨’ 이야기를 듣곤 그녀에게 ‘작품을 읽어보고 싶다’는 메일을 보냈다.
그로부터 1주일 후, 자신을 소개하는 긴 편지와 함께 70여 편의 글을 담은 파일이 도착하면서 두 사람의 교류가 시작됐다. 메일로 받은 초고 70여 편을 단숨에 읽은 최 대표는 평소 문학과 우즈베키스탄 여행으로 인연을 맺은 몇몇 작가들에게 원고를 보내 그들의 작품 평을 들었다.
“자신의 고통을 건강하게 풀어 쓸 줄 아는 작가다.”
“기존 문체를 벗어난 작가다. 독자들의 사유를 확장 시킬 작가다.”
“1960년대와 70년대의 우리네 모습을 많이 간직한 우즈베키스탄이란 나라에서 어린 시절을 보낸 장점이 크다. 그게 어디든 카메라 셔터만 누르면 작품 사진이 되는 맑은 대자연 속의 삶처럼 그녀의 글은 모두가 티 없이 맑다. 특히 아버지들의 월급날을 택해 구멍가게 앞에서 옹기종기 모여 콜라 한 병에 행복해 하는 해맑은 또래 아이들의 이야기가 압권인 <내 고향, 내 요쉴릭>과 어릴 적 자신을 보살펴 준 러시아 국적 가정부와의 추억을 그린 <발랴 아줌마>가 특히 감동적이다.”
작가들의 이 같은 작품 평을 들은 최희영 대표는 자신의 판단이 틀리지 않았다는 확신 속에서 김가영 작가와 지속적인 소통을 했고, 그로부터 1년 6개월 만에 이번 책을 내게 됐다.
책속에서
그 시절 내가 목이 빠져라 기다리던 건 오빠의 방학이었다. 엄마는 방학 동안 오빠에게 어디 나가지 말고 집에서 동생을 보라고 당부했다. 오빠는 얼마나 내가 미웠을까. 다른 아이들은 방학이라고 우르르 몰려 뒷산이고 앞산이고 날다람쥐들처럼 온 동네를 놀러 다니는데 집에 앉아 동생을 돌봐야 하는 어린 오빠는 속이 많이 상했을 거다. 종이 동그라미 안에 무지개색으로 채워놓은 즐거운 방학 계획이 틀어지자 입이 댓 발 나온 오빠는 내게 말도 걸지 않고 구슬 주머니만 만지작거리며 토라져 있었다. “전우야 놀자!” 집 아래로 친구 몇 명이 오빠를 데리러 와있었다. “너희끼리 가. 나는 못 가.” 기어들어 가는 목소리를 겨우 끄집어내 오빠가 말했다. 친구들은 동생 혼자 두고 엄마 오기 전까지만 놀다 오자며 졸랐지만, 오빠는 친구를 문 앞에 두고 그냥 방으로 들어와 버렸다. 무릎을 세우고 앉아 한참을 콧김만 씩씩거리던 오빠는 골똘히 생각에 잠기더니 해답을 찾아낸 듯 부산하게 일어나 내게 신발을 신기고, 구슬 주머니를 손에 쥐여 주고 어리둥절한 나를 업었다. 겨우 12살 남짓이던 오빠는 또래보다 몸짓이 크던 7살의 나를 등껍질처럼 들쳐 업고 거북이처럼 엉금엉금 천천히 현관을 나와 난간을 짚고 아래층으로 내려갔다. 착한 우리 오빠는 차마 나 혼자 방안에 두고 가지 못해 결국 나를 함께 데리고 가기로 한 것이었다. … <내 기억의 첫 장, 율전동> 편
내 마음은 무인도에 작은 배 한 척이 들어오는 것 같았다. 배가 들어온 이상, 섬은 더 이상 외딴섬이 아니었다. 집안에서 신발을 도둑맞은 사건은 어쩌면 운동화의 소원이었는지도 모르겠다. 구두 바닥에 목적지라도 적어 놓았으면 우리는 떠날 수 있었을까. 책들 사이 홀로 서 있는 구두는 글자 없이 나의 이야기가 되었다. 이제는 기다림이 아닌 다가감의 차례다. 어딘가에서 자꾸만 커지고 있을 외딴섬을 향해. 어쩌면 어렸던 나의 섬을 향해. … <책장 속의 그 구두는 잘 있는, 가영> 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