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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부 미옥
2부 부산
3부 카카듀
4부 앨리스
에필로그 성탄
작가의 말
참고 자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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카카듀 : 경성 제일 끽다점 : 박서련 장편소설 이용현황 표 - 등록번호, 청구기호, 권별정보, 자료실, 이용여부로 구성 되어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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출판사 책소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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예술을 사랑하고 불안을 살아낸 망국의 청년들이
경성 관훈동의 서양식 카페 ‘카카듀’에 있었다

■ 새 시대를 위한 역사소설


설령 망하더라도 이번에는 그러지 말아야지, 모든 것을 낱낱이 기억하고……. 기억해서 어쩔 것인가는 모르겠으나, 다만 기억하고……. -157쪽

작가는 《체공녀 강주룡》에서 보여주었듯 소수자의 기록 한 줄로 스쳐 지나갈 법한 역사적 사실에서 서사적 진실을 길어 올린다. 전작이 평양의 여성 노동자의 이야기였다면 이번 작품은 경성의 청년 예술가, 보헤미안, 코뮤니스트 들의 이야기다. 카카듀의 동업자 이경손과 현앨리스 모두 실존 인물일뿐더러, 나운규, 김명순, 이음전(이애리수) 등 그 시대 문화 예술인과 심훈, 김구, 박헌영 인물이 소설 속에 다채롭게 등장한다. 이경손은 나운규의 우정을 나누는 동시에 그만의 명작을 만들기 위해 고군분투하고, 현앨리스는 가부장적 사회에 선연히 반기를 들고 자신만의 사상을 채워나간다. 그러나 그들의 대화와 활동, 웃음과 침묵 모두 애처롭고 불안할 수밖에 없다. 그들은 망국의 청년이기 때문이다. 모두 식민지의 예술가이기 때문이다.
박서련은 실제 그 시기를 살았던 예술가 청년들을 호명해 소설의 전당에 세운다. 짧은 역사적 기록에 충실하되 기록의 빈칸을 서사적 상상력으로 채운다. 그리하여 《카카듀》는 역사가 미처 포착하지 못한 진실에 가닿는다. 그것은 거대한 사건, 위대한 인물, 상징적 배경에만 존재하는 것은 아니었다. 지금으로부터 100년 전 부산항에서, 경성 영화사 사무실에서, 작디작은 끽다점에서, 상해 조계지 거리에서 역사는 한 걸음, 그도 아닌 반걸음씩 걸어 여기까지 닿았고, 지금의 우리가 그 걸음걸음의 기억을 읽는다. 퇴폐가 만연한 가파른 시국에 그들은 ‘카카듀’에 모였다. 100년이 지난 여기에서 우리는 어디에 모여 무엇을 도모할 것인가? 새로운 시대의 역사소설 《카카듀》에서 그 힌트를 얻을 수 있을 것이다.

■ 예술과 거짓의 전당에서

마침내 앨리스에게 아버지나 어머니보다 사랑하는 것이 생겼다. 그것은 인물도 사물도 아닌 사상이었다. -260쪽

작가는 주인공 이경손의 행적을 비교적 상세하고 차분히 따른다. 그가 참여한 작품과 함께한 동료들의 이름만 나열하더라도 그 시대의 예술사를 읽는 것과 같다. 의관의 집에서 태어나 부유하게 자랐으나 식민지 현실에 방황하고 결국 예술가가 되고자 한 인물, 이경손은 스스로를 보헤미안으로 정의한다. 만세 운동에 가슴이 뜨거워지지만, 어쩔 수 없는 타협에 쉽게 응하기도 한다. 그는 예술가로서 실패하고 실패를 잊으려 애쓰고 실패로부터 도망가길 반복한다. 열망과 비관 사이에 싹튼 불안이 그를 잠식할 때쯤, 오촌 조카 현앨리스가 그의 앞에 나타난다. 그리고 카페 동업을 제안한다. 예술가의 쉼터이자 작업실이 될 수도 있는 카카듀, 조선인을 위한 문예 카페 카카듀……. 카카듀에서 그는 조금씩 안식을 느낀다. 그리고 알 수 없는 감정에 젖어가는 자신을 발견한다.
현앨리스의 삶은 이경손에 비해 알려진 것이 많지 않다. 하와이에서 태어나 미국 여권을 얻었고, 경성과 상해, 하와이에서의 삶을 모두 경험했으며 목사의 신분으로 독립운동에 투신한 아버지의 영향을 받았다. 또한 그에게는 남편과 아이가 있었고, 망설이는 사랑과 굳건한 신념이 있었다. 어디든 훌쩍 떠날 수 있고, 어디든 홀연 나타날 수 있는 여성, 현앨리스는 친척 아저씨인 이경손 앞에 예전처럼 갑작스레 등장한다. 현앨리스는 이경손에게 끽다점 동업을 제안한다. 빨간 바가지 셋을 문에 걸고, 데카당스한 인테리어로 치장한 서양식 카페 카카듀는 그렇게 문을 열고, 관훈동의 문예 카페로, 미모의 마담이 있는 커피 하우스로 서서히 알려지게 되는데……. 그곳의 마담 현앨리스는 아무래도 수상쩍다. 코뮤니스트 현앨리스가 보헤미안 이경손을 데리고, 누구도 연극이라 눈치채지 못할 연극을 벌이고 있었으니.

책속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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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9] 나는 예술을 믿는다. 신을 믿듯이 아름다움을 숭앙한다. 아름다움을 추종함과 마찬가지로 사랑을 믿는다.
그리고 현앨리스가 나타났다.
이것이 나에게 일어난 모든 일의 가장 정확한 요약이다.
[P. 35~36] 행여 그 여자를 놓칠까 봐 부랴부랴 카메라와 필름통을 끼고 대합실로 달려갔다. 짐도 무겁거니와 앞뒤 없이 달려간 참이기도 해서 부딪치듯 쾅 소리를 내며 문을 열고 들어서니 그 여자가 나를 쳐다보았다. 크고 동그랗되 눈썹 길이만큼 옆으로 길게도 뻗어 있는 눈 한쪽은 쌍꺼풀이 짙었고 한쪽은 홑꺼풀인 듯 속쌍꺼풀이 있어 묘한데, 서로 비대칭처럼 보이는 눈의 균형을 좁은 콧대가 아슬아슬 조심스레 가누었고 그 아래에 붉은 마침표 같은 입술이 갓난애의 조막만 한 크기로 야무지게 놓여 있었다.
신파(新派), 신파다.
새 시대의 얼굴이다.
[P. 82~83] “라남에서 온 라운규올시다.”
누구…… 하고 물으려던 참에 운규가 서양인처럼 과장된 동작으로 엄지손가락을 치켜 자기 가슴팍을 가리켰다. 억양이 약간은 특이했는데 알고 보면 그건 저 지독하다는 동북방언의 흔적을 노력으로 거의 지워내고 남은 것이었다.
그는 영화가 좋아서 왔다고 말했다. 1지망으로 배우를 하고 싶고, 기회를 준다면 감독도 해보고 싶다고 했다. 즉 운규는 등장부터 나의 라이벌이었던 셈이다. 나도 감독으로 조선키네마에 입사하였지만, 고좌가 나의 신상명세(나이)를 알고는 태도를 바꾸어 감독은 아직 이르다고 선을 긋는 바람에 조감독 신세였다. 부디 와달라 간청할 때는 언제고, 고작 나이를 가지고. 감독 노릇도 졸렬하고 유치하기 짝 없는 주제에. 나는 처음 보았을 때는 물론 이후로도 결코 운규에게 나이를 묻지 않았으나 그가 연상이고 내가 상대적으로 연소한 것은 그도 알고 나도 알았다. 감독 지망으로 들어오는 형이라면 나를 앞질러 감독이 될 가능성도 충분했다.
그런데도 나는 왠지 그가 마음에 들었다.